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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다툴 때 언성이 높아지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얼핏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멀어지는 사람을 붙잡듯 목소리를 더 크게 내게 되는 것이라고요. 홀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밖으로 향할 때, 때로는 분노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 같습니다. 두려움과 분노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는 개념을 떠올리면, 점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분노를 다스려야 할까요. 그 아래에 있는 두려움을 다스려야 할까요. 무엇을 다루든, 홀로 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는 사실만큼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겨진 사람도, 기꺼이 혼자가 되려는 사람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도, 우리 모두는 어쩌면 평생 누군가의 공감을 필요로 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심헌을 차린 지도 어느덧 2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서 이제는 알 것 같다는 오만함에 빠졌다가, 처참히 무너지는 좌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 역시 참 외롭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다시 사람의 마음 앞에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담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덜고, 외로움 속에서도 성장의 계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분 한 분 마음 곁에 머물겠습니다.

自在, 지금의 나와 함께 머무는 일 이번 휴가로 중국에 머무는 동안, 유독 ‘自在’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어로 自在, ‘쯔짜이(zìzài)’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를 뜻합니다. 自, 스스로 자.
在, 있을 재. 그런데 두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존재하다’라는 의미로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어원과는 별개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편안한 상태가 아닐까 하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나’란 무엇일까요? 내가 살아온 삶과 성격, 떠오르는 생각과 느껴지는 감정은 모두 나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중 어느 하나만으로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나에 대한 생각과 정의 역시 삶에 따라 계속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고정된 정의에 나를 맞추는 일이라기보다,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고 봅니다. ‘지금 이런 생각이 떠오르고 있구나.’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自在란 어쩌면 어떤 모습이 되어야만 얻는 자유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를 억지로 규정하지 않고 지금의 나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가장 편안한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自在라는 표현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향하고 싶은 곳도 조금 더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심심헌의 상담은 자신을 이해하는 일과 더불어 내면의 경험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감각을 차근차근 익혀가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저마다의 삶 안에서 조금 더 自在할 수 있도록, 마음을 살피는 집, 심심헌이 함께 하겠습니다. ※ 사진들은 이번 휴가 때 다녀온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의 홍춘(宏村),시디(西递)라는 마을 풍경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터에 나가기 전, 딱 한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저는 단연코 짜장면 한 그릇입니다. 그러나 저는 건강을 위해 짜장면을 끊은 지 꽤 오래됐는데, 얼마 전 오래된 지인과 저녁 메뉴를 정하는 대화의 흐름은 대충 이랬습니다. (나) 뭐 먹을래? (지인) 그러게, 좀 가볍게 먹고 싶긴 한데. (나) 근데 너 저번에 중국집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지인) 내가 언제? (나) 저번에 그랬던 것 같은데 짜장면 맛집 있다고. (지인) 내가 그랬나? 아무튼 짜장면 땡기긴 하네. 중국집 가자. 그렇게 결국 저는 지인 덕분에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오랜만에 짜장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재밌습니다. 돌이켜보니 사실 지인은 중국집 얘기를 한 적이 없었거든요..😅 . . . 우리는 때때로 내가 인정하기 어려운 욕구와 감정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상대가 그것을 경험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음식에 대한 욕구처럼 사소한 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관계 안에서는 훨씬 더 깊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나는 결국 버림받는 사람이다.” 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연인의 답장이 조금 늦어도, 표정이 평소와 조금 달라도, “나한테 화난 거야?”, “혹시 마음이 변한 거야?” 라며 상대를 의심하거나 때로는 사랑을 시험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상대도 반복되는 의심과 확인 속에서 점점 답답함과 분노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상대는 지친 나머지 화를 내면서 거리를 두려합니다. “도대체 왜그러는거야? 내가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잖아!” “거봐. 변한 거 맞네.” 처음부터 상대가 화가 나 있었던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관계의 흐름 속에서 상대 역시 점차 그 감정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라고 합니다. 내 안에 오래전부터 형성된 관계의 방식이 현재의 관계 안에서 다시 재현되고, 결국 상대까지 그 관계의 일부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계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따지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 나는 이런 두려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왜 상대는 그런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는지, 그 관계의 흐름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내가 보고 있는 상대의 마음은, 사실 오래전부터 내 안에 머물러 있던 마음이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 자신이 잘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은 말로 잘 설명되지 않는 무의식의 영역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검사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 관계 방식, 욕구 등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다만 그림 하나만으로 단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객관적 검사와 함께 통합적으로 살펴볼 때 조금 더 깊고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합니다.

요즘은 AI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잘 정리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상담실을 찾는 이유는 정서적인 갈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갈증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얼마나 솔직히 드러내고 있는가의 문제에 있을 수 있습니다. AI, 책, 강연과 같은 매체 앞에서는 얼마든지 자신을 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자기 은폐는 문제를 반복시키고, 증상을 유지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상담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드러내고 상담자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직된 방어를 탐색하고 다루어 내담자가 보다 통합된 상태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를 다루는 일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담이 시작되고 나서 상담사의 첫 임무는 내담자가 안전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상담을 5~10회기 정도 진행을 하게 되면 조금씩 자아의 인식 범위가 확장이 되면서 과거의 상처로 인해 분열되어 있던 감정, 기억, 욕구가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내담자가 자신의 방어를 조금씩 내려놓게 되면 현실에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최근에 안경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며칠 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마음 한구석이 꽤나 쓰렸습니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안경 따위’에게 원망감까지 들면서, 제발 돌아와달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그 안경은 심심헌을 오픈하며 새로 맞춘 것으로, 저에게는 ‘상담사로서의 자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안경을 잃어버렸을 때 단순한 분실이 아니라, 제 일부를 잃은 것처럼 느껴지게 되더군요.. . . . 안경이 ‘그냥 안경’이 아니게 된 것처럼 사람 역시 있는 그대로 경험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상대에게 나의 감정, 기대, 기억 등을 담아두고 그것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래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시선을 알아차리고 서로의 경계를 지킬 수 있다면 관계는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를 나의 연장선처럼 대하면서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하면 관계의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죠. 상대가 변한 것처럼 느껴지고, 서운함, 서러움, 원망감까지 밀려오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 상대가 변한 걸까요? 그렇지 않다면 나는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요. . . . *다행히 잃어버렸던 안경은 다시 찾았습니다.. 저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제 시선을 알아차리면서 상담사로서의 정체성을 물건이 아니라 제 안에 더 단단히 두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한 내담자는 초등학교 시절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랫배가 찌릿찌릿하게 아파 학교를 조퇴하고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습니다. 엄마는 “학교 가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거지?”라며 나무랐고, 내담자는 “정말 아팠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어요.” 라며 당시의 억울함을 떠올렸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뒤 점심을 먹고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갔는데, 엄마가 쇼핑에 정신이 팔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사라졌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상담 중 그 기억을 떠올리던 내담자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저녁을 늘 혼자 먹었던 것 같아요.” 내담자가 정말 원했던 것은 엄마의 관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못했고, 몸이 대신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신체화(身體化,somatization)’라고 부릅니다. 꾀병은 의식적으로 증상을 과장하거나 만들어내는 행동이지만, 신체화는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나 심리적 긴장이 무의식적으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의학적 이상이 없더라도 당사자는 실제로 통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신체화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적지 않으며,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나 근육 마비와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평생 약을 복용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왜 나는 그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못했을까?’ ‘정말 못했던 걸까, 아니면 표현했으면 안 됐던 걸까?’ 신체화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그동안 몸이 대신 말해왔던 마음의 이야기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 실제 상담 사례를 내담자의 동의를 얻어 공유하였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은 각색되었습니다.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경계를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경계는 벽이 아닙니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선, 존재와 존재 사이의 숨 쉴 공간입니다. 숲의 나무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리에서 곧게 서 있듯, 경계를 세운다는 것은 타인을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는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의 영역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어른이 됩니다. 방임 속에서 자랐거나, 부모의 욕망을 감당해야 했거나, 부모의 자리를 대신해야 했던 아이에게 그 선은 쉽게 흐려집니다. 타인의 감정이 나의 감정이 되고, 타인의 기대가 나의 의무가 됩니다. 상담이 깊어지면 경계의 감각이 되살아납니다. “그건… 제 몫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여기까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담자들은 종종 이 시기를 가장 불안해합니다. 관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 상담은 그 불안을 지워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 불안을 견디면서도 자기 자리에 설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끝에 관계를 끊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킬 수 있게 됩니다.

“저희 엄마는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요.” “직장 상사는 늘 제게 화가 나 있어요.” “이 모든 게 다 그 친구가 나를 질투해서 생긴 일들이에요.” 인간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많은 경우, 실제로는 상대의 문제일 수도 있고 단순한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관계에서 늘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탓하게 된다면, 한 번쯤은 내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방사능’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원자는 내부 구조가 불안정해지면 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더 안정적인 상태로 가기 위해 에너지를 밖으로 방출합니다. 그 현상을 우리는 방사능이라고 부릅니다. 방사능이 항상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방사능의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몸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비슷합니다. 분노나 불안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은 자기 안에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감정을 밖으로 밀어냅니다. 나의 문제를 마치 남의 문제인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쉽게 자각되지 않습니다. 방사능이 눈에 보이지 않듯, 이런 마음의 작동 역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과정을 ‘투사(投射, Projection)’라고 부릅니다. 투사는 나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마음이 선택하는 하나의 방어기제입니다. 다만 방사선이 반복적이고 과도하게 노출될 때 신체에 위험이 되듯, 투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면 관계는 왜곡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상담에서는 이를 다루는 것이 가능합니다.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 감정을 보다 안전하게 다루며 마음의 안정감을 차근히 구축해 가는 과정은 관계를 바꾸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2025년의 끝자락에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면서 한 해를 돌아봅니다. 심심헌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운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내담자분들 덕분에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삶의 여정은 모두 다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결국 각자의 외로움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세상살이가 다 저마다의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로움을 버티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랑이지만,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서툰 방식으로 사랑을 건네곤 합니다. 상담은 그 사랑의 방식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겨울이 되면 저는 늘 바다를 찾곤 하는데, 거센 파도 앞에 서 있을 때, 제 곁에 내담자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 계절을 덜 외롭고, 더 감사하게 만들어 줍니다. 다가오는 한 해에는 조금 더 성장한 사람으로, 조금 더 지혜롭게 사랑을 건넬 줄 아는, 마음 속 따뜻한 집을 짓는 상담사가 되고 싶습니다. 올 한 해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덜 외롭고, 더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어떤 기분이 드세요?” “그 사람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셨나요?” “그 슬픔을 조금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 . . 상담사가 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는 내담자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질문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욱 선명하게 보게 하고, 때로는 몰랐던 자신을 새롭게 자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답을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기감’을 되찾는 일입니다.

최근 1년 정도 함께했던 몇몇 내담자들과 종결을 맞이했습니다. 건축은 사람이 머물러야 비로소 완성되듯, 상담도 종결 이후에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어제 늦은 오후 내담자를 기다리는데, 상담실 안에 가득 번지는 짙은 가을빛을 보면서 제 마음도 함께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계절에 둔감한 줄 알았는데… 저도 가을을 타나 봅니다😅 심심헌도 며칠 전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상담실이 무르익어 가는 동안, 이곳에 머물러주셨던 분들 덕에 저 역시 크게 성장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가올 겨울의 차가운 빛 속에서도, 또 어떤 새로운 인연과 함께 성장해갈지 더 큰 기대를 품고 기다리겠습니다.

심리상담에 대해 자주 받는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

인간은 누구나 자기표현의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MBTI나 ‘에겐남’, ‘테토녀’ 같은 언어를 빌려, 경쟁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나’를 조금 더 안전하게, 덜 어색하게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성격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도구입니다. 그러나 융이 강조했던 것은 유형 분류보다, 내 안의 다양한 성향을 인식하고 통합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에겐O’, ‘테토O’ 같은 표현도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융의 아니마(anima, 남성 안의 여성성)·아니무스(animus, 여성 안의 남성성) 개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개념은 성별 이분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남성과 여성의 성향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융은 의식에서 특정 성향만 강조되고 나머지를 억압할 때 심리적 불균형이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통합은 바로 그 억눌린 자아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내 안의 다양한 나를 이해할 때, 우리는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한 ‘나’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다니는 풍경을 매우 좋아합니다. 강렬한 색감 혹은 투명하거나 크고 작은 우산 등 각기 다른 우산을 쓴 모습들은, 각박한 하루를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는 모습 같이 느껴져 왠지 모르게 마음을 울립니다. 비 오는 풍경은 상담과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그칠지 몰라도 비는 결국 멈추듯이, 마음에 묻은 얼룩을 씻어내면서 불편한 감정들도 언젠가는 지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조금 더 선명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그것을 피하려고 할 때보다 정면으로 마주할 때 더 빨리 해결된다.” - 칼 융 Carl Jung

우울, 불안, 무기력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은 많은 경우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에 상담에서는 이러한 대인관계의 맥락을 다루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의 ‘상담관계’는 대인관계의 패턴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장입니다. 상담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상담 자체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는 경험은 내담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관계 속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상담자는 상담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과 긴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담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수용하고 함께 다룰 준비가 되어 있는 전문가입니다. 상담자와의 관계 안에서 안전하게 감정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경험, 그 자체가 곧 관계의 회복이자 심리적 증상 완화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들은 몇주 전 휴가 때 중국에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

저는 상담 과정을 단순한 대화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예술적인 여정으로 바라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때론 한계를 받아들이며,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납니다. 이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과감히 표현하며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Q: 어떤 연인 관계가 궁합이 잘 맞는 관계일까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질이 유사한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더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질’은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선천적인 성향으로, 우리가 흔히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지칭하는 부분이 바로 이 기질입니다. 예를 들어, ‘집순이’는 ‘집돌이’를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사람은 나가는 걸 좋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조용한 시간을 즐긴다면 처음에는 신기해서 끌릴 수 있어도,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생활 리듬에 마찰이 생기기 쉽죠. 물론 서로 자존감이 높고 성숙한 태도로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한다면 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기는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기질’은 어떤 특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의 기질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가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검사입니다. TCI는 개인의 선천적 기질(유전적 성향)과 후천적 성격(환경에 따른 특성)을 함께 평가하는 검사로, 보다 정밀하게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 MBTI는 기질과 성격을 구분하지 않고 혼합된 구성개념으로 성격유형을 분류하기 때문에, 궁합이나 상호 관계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연인들 사이에서 TC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사 문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애 관계에서 반복되는 갈등이나 정서적 마찰을 겪고 있다면, TCI 검사를 통해 서로의 기질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이런 아픔은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없다고 여기며 오랫동안 참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혹은 자녀가 신체적으로 아플 때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도 없이 병원을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는 그것을 스스로 극복해야 할 몫으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이제는 더이상 자신의 아픈 마음을 외면하지 않길 바랍니다. 상처는 때로는 바라만 봐줘도 아물 수 있습니다. Love is the flower, you’ve got to let grow - John Lennon *봄기운이 제법 짙어진만큼 새로운 식물들로 상담실 분위기를 바꿔보았습니다☺️

전통적 정신분석적 상담의 목적은 내담자에게 그 고통의 원인을 깨닫게 하는 것이지만, 제가 추구하는 상담은 궁극적으로 그 고통 속에서 각자만의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여행에 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외적인 여정은 내적으로 욕망하는 여정의 은유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시기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외부로 향하던 관심이 이제는 나 자신에게로 그 방향을 전환해야 함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때가 아닐까요. 상담사는 그 내적 여정을 떠나는 승객들이 안전하게 착륙할 때까지 동행하는 승무원의 역할로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 소개합니다 :)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오다> 잎은 무성하지만 뿌리는 하나 내 청춘의 거짓된 허구한 날을 햇빛 속에 잎과 꽃들을 흔들었지만, 이제는 진실 속으로 이울어 들리.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1865-1939)

심심헌은 내담자의 철저한 비밀보장을 위해 기록물은 주기적으로 폐기 처분하고 중요한 데이터는 암호화하여 보관하고 있습니다. 비록 기록물은 사라지지만 저와 함께 나눈 따뜻하고 감동적인 시간들은 잊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잘 간직하겠습니다 :)

자신에게 의미있는 대상을 상실한 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고통은 정상적이며, 충분한 애도과정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인 간 이별 후 상실감이 너무 극심하여 우울증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별 후 정상적인 애도 혹은 우울증으로 빠지게 되는 차이는 대상 상실을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지만 이 두 가지 경로는 애초에 상대를 선택할 때 서로 다른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후자의 경우, 정신분석적 관점에서는 이를 ‘자기애적 대상 선택’이라 부르며 이별 후 극심한 우울은 ‘자기애적 분노’에 의해 발생한다고 봅니다. 즉, 상대를 나와 다른 타자로 보지 않고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자기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선택하는 경우(상대한테서 자기에게 있는 부분이든 없는 부분이든지 간에), 이별도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떠나간 상대를 아무리 탓해봤자 그 화살은 결국 자기를 향하게 됩니다. 상대가 떠났다는 것은 곧 내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이기 때문이죠. 이별 후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다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심심헌 #심리상담센터 #1인상담실 #커플상담 #연애상담 #회기심리상담 #경희대심리상담 #우울증 #불안장애 #이별 #상실감 #나르시시즘

잠시 눈멍하고 가세요 :)

대인관계에서 분노가 자주 일어난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상대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상대에게 던진 나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개인의 이런 욕망들은 대개 의식 밖으로 튀어나올 경우 위험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현실 상황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좋게 위장된 모습으로 표출되거나 상대를 무의식적으로 통제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문제는 개인의 이런 심리적 역동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면 주변인들은 상당한 피로를 느껴 결국 그 사람을 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고통을 받게 되겠죠. 중요한 점은, 분노의 핵심은 의식의 밑바닥에 있는 원초적인 불안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만을 다룬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큼 분노조절이 매우 어려운 경우라면 약물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기에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여 심리검사와 상담치료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심심헌 #심리상담 #1인상담실 #경희대심리상담 #회기심리상담 #심리검사 #자기이해 #사진치료 #우울 #불안 #분노 #공황장애

심심헌에 처음 방문하시게 되면 가장 먼저 상담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신청서에 쓴 내용이 구체적인 만큼 첫 상담이 원활히 진행되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잘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심심헌 #심리상담센터 #경희대심리상담 #회기심리상담 #심리검사 #커플상담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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